제 2 차 바티칸 공의회의 메시지

 

위정자들에게

  이 엄숙한 순간에, 가톨릭 교회의 제 21차 세계 회의에 모였던 우리는, 4년 동안의 기도와 일을 마치고 서로 헤어지려는 이 찰나에, 인류에 대한 우리의 사명을 절감하며 존경과 신뢰로써 사람들의 지상 운명을 한 손에 쥐고 현세적 권리를 맡고 있는 모든 지도자들에게 한 마디 하고자 한다.

  우리는 그대들의 권위와 최상권 (最上權) 을 존경하고 그대들의 역할을 존중하며, 그대들의 정당한 법률을 인정하고, 입법자와 사법자들을 존경한다. 이렇게 우리는 선언한다. 그러나 우리가 그대들에게 말해야 할 신성한 한 마디의 말이 있다. 그것은 하느님 홀로 위대하시다는 말이다. 하느님 홀로 원천이시며 목적이시다. 하느님 홀로 그대들 권위의 원천이시며 그대들 법률의 바탕이시다.

 지상에서 사람들  사이의 질서와  평화를 촉진하는 것이 그대들의 임무이다. 그러나 하느님이 계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모든 사람의 아버지, 살아 계시는 참 하느님이 계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그의 영원하신 아들 그리스도는 우리 모두가 서로 형제임을 우리에게 알려 주시러 오신 것이다.  그분이 바로 지상의 질서와 평화를 이룩하시는 위대한 창조주이시다. 왜냐하면, 그분만이인류 역사를 지배하시며 전쟁과 파괴를 유발하는 악한 욕구를 제어하도록 마음을 인도해 주실 수 있기 때문이다. 인류의 양식을 축복하시며 인간의 노동과 고통을 성화하시는 분이 그분이시고, 그대들이 줄 수 없는 진실한 기쁨을 인간에게 주시고 그대들이 위로할 줄모르는 고통을 위로해 주시는 분이 바로 그분이시기 때문이다.

  그대들의 현세적 지상 국가 안에 그분은 당신의 영원한 영적 국가인 교회를 신비롭게 건설하신다. 교회가 그대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이냐? 지상 권력과의 관계에 있어서 온갖 변천의 2천년이 지난 오늘 교회가 요구하는 것이 과연 무엇이냐? 이번 공의회의 가장 중요한 문헌 가운데서 이 물음에 대답을 주고 있다. 교회가 요구하는 것은 자유밖에 아무것도 아니다. 믿고 믿음을 전파하는 자유,하느님을 사랑하고 섭기는 자유, 생명의 복음을 따라 살며 이 복음을 사람들에게 전해 주는 자유만을 요구한다. 교회는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교회는 그 스승의 모습대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 스승의 신비로운 활동은 그대들의 특권을 침범하지 않을 뿐더러 인간의 운명적인 허약성을 고쳐 주시고 인간을 변화시켜 희망과 진리와 아름다움을 인간에게 풍부히 갖다 주신다. 그대들은 그리스도로 하여금 이같은 정화 작용을 사회 안에서 실천하시도록 버려 두어라. 그리스도를 다시 십자가에 못박지 말아라.

  그것은 독성일 것이니 그는 하느님과 아들이신 까닭이요, 그것은 또한 자살일 것이니 그는 사람의 아들이시기 때문이다. 또한 그리스도의 봉사자들인 우리로 하여금 이번 공의회에서 묵상한 평화의 복음인 기쁜 소식을 어디서든지 아무런 지장없이 전파하도록 허락하여라. 그로 말미암아 그대들의 백성은 그대들의 은인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교회는 그대들을 위하여 착한 시민, 사회적 평화와 발전의 친구들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교회는 오늘 제 21차 세계적 공의회를 마치면서 나를 통하여 그대들에게 우정과 봉사와 영적 내지 도독적 힘을 그대들에게 제공하는 바이다. 공의회는 그대들 모두에게 구원과 축복의 메시지를 보내는 바이다. 교회가 제공하는 이 구원과 축복을 즐겁고 성실한 마음으로 받아들여 그대들 백성 전체에게 전해 주기 바란다.